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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TV 영화 프로그램에서 소개받은 이디어크라시. 우리나라에선 개봉하지 않았던 것 같고 그냥 비디오 대여 시장엔 풀렸더나 봅니다. 근데 코미디 영화치곤 소개하는 영상의 구석구석이 심상치 않아서 결국 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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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철이 지배하는 사회를 꿈꾼 인간들은 지금 미련하게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네요.

- 영화 자체는 우습고, 단어도 상당히 저질입니다. 그런데 기획의도는 흠좀무.
-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미군병사 조 바우어스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으로서 매춘부 리타와 함께 냉동인간 실험에 참가하죠. 그들이 깨어난 시간은 약속되었던 일 년 뒤가 아니라 2505년. 그 동안 인류, 아니 미국인들은 엄청 멍청해져 버려서, 모든 것이 개판입니다. 앞으로 어떡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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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 영화가 말하는 2505년입니다. 사람들은 먹고, 놀고, 붙어먹고, 기업이 시키는 대로 일하면서 아무 의미없이 일생을 소일하죠.

- 영화 속에서는 2505년의 법정, 병원, 백악관, 교화소, 농장, 멀티플렉스 쇼핑몰, 음식 자판기, 감옥, 동사무소(아마도 그런 거겠지요, IQ테스트나 신분 바코드 발급하는 곳), 가정집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가관입니다. 하나하나 제작진들이 머리 싸매고 '예측'한 것들입니다. 제가 보기엔 절대 이것들은 '희화'한 게 아니더라고요.
- 낫 슈어(aka 조 바우어)의 인생이 참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떠돌이, 미등록자, 탈옥수, 내무부장관, 교화형 피선고자, 부통령... 뭐 TV에서 소개할 때 '재수없는 사나이'로 소개했었으니까요.
- 이야기 전개 자체는 껄끄럽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끌고 갑니다. 질질 끄는 장면은 없었어요.

- 이 영화에서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기업이 얼마나 사람들을 무식하게 만드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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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방영 화면 주위의 광고 보이십니까? 저게 2505년의 TV입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광고와 저질 이미지, 그리고 단순한 명령문의 카피들이 보입니다. 이런 곳에 살면 누구라도 바보가 되기 십상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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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입는 옷의 무늬는 없거나 보통 기업의 로고 투성이입니다. 이런 무늬를 의사의 가운에서도, 정부 기관에서도, 심지어 법정에서도 볼 수 있어요.

- 특히 브라운도 사가 물을 스포츠 음료로 대체했다는 설명 부분은 오히려 비판적이기까지 합니다. 왜냐고요? 웃기려고 만든 말치곤 너무 자세하기 때문에.
음료 회사 브라운도는 물이 자기네 영업에 손해를 준다고 생각하고 2330년 예산 위기 때 FDA와 FCC를 매수하여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정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시점인 2505년에는 심지어 농사까지 이온음료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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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웃고 넘어갈 얘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 국무장관은 무슨 말을 끝내고 나면 아무 맥락도 없이 '칼스 주니어 협찬'이라고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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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하죠?

나중에 사람들이 백악관으로 몰려와 항의하자 위기를 느낀 이 사람은 열심히 '칼스 주니어 협찬'을 염불합니다. 야...
- 이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딱 세 개. 막된 행동, 돈, 섹스.
- 코스코라는 기업이 등장합니다. 그 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쇼핑몰을 잠시 보시죠. 여기엔 스타벅스부터 대학교, 셔틀전차까지 별의별게 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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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보이는 거대한 네모상자 보이시죠? 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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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광경입니다. 닭장 같죠.

- 사람들은 무식한데, 사회는 잘 유지됩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람들은 먹을 거 다 먹고, 놀 거 다 놀고, 돈도 벌고, 건물들도 다 부서져는 가지만 지어져 있긴 하지요. 이것이 바로 구조라는 것이고 체제라는 건가 봅니다. 모든 사람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은 어떤 바코드 회사가 제안했을 신분등록 체제일 것이고, 애들을 양육하는 (혹은 매매하는) 칼스 주니어라는 기업이 있기에 엄마들은 애들에게 '졸라 큰 타코'를 먹일 수 있는 거겠지요. 그리고, 이 영화 속 사회에서는, 그 체제를 '기업'이 '돈'을 위해 굴리고 있어요.
-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중학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이후의 중학교가 생각납니다. 선생이고 교사고 다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하루하루를 소일하죠. 하지만 어떤가요, 학교 자체는 잘 굴러가지 않나요. 좀 비유가 모욕적이긴 한데 전 그나마 지금껏 제가 겪어 본 중에서 제일 비슷한 게 그 풍경입니다. 어쨌든 두 사회 다 '체제(system)'가 있기 때문에 존속할 수 있죠. 영화 속 체제는 갈 데까지 간 막장이지만...

- 단순하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그림(픽토그램)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개중엔 웃고 말 것이 아니라 그럴싸해 보이는 것들이 꽤 보입니다.
-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세상, 적어도 일상 생활의 정보체계는 점점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것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포스트모던 사회의 특징이기도 하겠고요. 아마도 이 이야기를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들 생각하길 싫어하고 단순 무식하게 살려고 할까? 이러다가 큰일나는 거 아냐?'
- 이 영화의 명대사들은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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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중요한 거 같습니다. 나도 기억해둬야지

- 이 영화 속 사람들은 정말로 속 편하게 사는 인간들입니다. 하루하루 동물처럼 살면 되죠. 하지만 영화는 그런 삶에 대해서 "낫 슈어(글쎄올시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더러 "책을 좀 읽고, 계속 학교에 남아서 뭔가 머리를 쓰는 일을 하라고" 당부합니다. "그리고 전 그런 시대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믿습니다".

- 코미디 영화라면 별점 5개 만점에 2개, 코미디를 섞은 일반 영화라면 5개 만점에 3개 반.
- 논술 가르치시는 일선 교사 여러분은 이 영화를 학기말에 보여주시고 감상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런 스크린샷 찍은게 장난아니게 많잖아!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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